박근혜 "온실가스 감축" 알고 보니 '딴나라' 이야기

 파리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종교계와 시민사회 피켓시위 박근혜 대통령이 유네스코 특별연설하는 건물 앞에서 종교계를 비롯한 한국시민사회 참가단에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파리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종교계와 시민사회 피켓시위 박근혜 대통령이 유네스코 특별연설하는 건물 앞에서 종교계를 비롯한 한국시민사회 참가단에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총회 연설 분석] 말만 그럴듯, 관심은 오로지 '핵발전'

이유진 Yujin Lee, Green Party Korea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한 연설이 화제이다. 한국은 신기후체제 출범을 위해 2030년까지 BAU 대비 온실가스 37%를 줄이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통해 100조 시장을 열고,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는 '야심찬' 것이 아니며, 멋지게 보이는 에너지 '신세계'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과는 딴판이다.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아닌 '딴 나라' 이야기를 한 것일까? 녹색당이 대통령의 기후변화총회 연설을 분석했다.

[딴 나라 이야기 ①]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신기후체제에서는 협약 당사국인 196개 국가가 모두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줄여야 한다. 각국은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유엔에 제출했는데, 선진국은 절대량 감축방식을 채택했다.

예를 들면 스위스는 1990년 대비 50%를 감축하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반면 멕시코, 가봉, 에티오피아, 알제리, 가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배출전망치(BAU) 대비 감축량을 잡는다. 한국도 BAU 방식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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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기여량 선진국은 절대량방식으로 개도국은 BAU방식으로 설정했다. 한국은 가봉, 에티오피아, 가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감축방식을 선택했다.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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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U 방식은 2030년 온실가스배출량이 8억5천만 톤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추정치에서 37%를 줄이는 것이다. 2030년 배출량을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추정량을 최대한 늘려잡기 때문에 BAU 방식은 논란이 많다. 한국의 BAU 감축 목표를 절대량 방식으로 바꿔보면 2005년 기준으로 5.5%를 줄이는 셈이다. 그런데 감축목표 37% 중에서 11.3%는 해외감축분이다. 순수 국내감축량만 계산하면 2005년 대비 11.1%가 증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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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BAU 대비 37% 감축은 2005년 대비 5.6% 감축하는 것이며, 순수 국내감축량을 반영하면 11.1%가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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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 각국이 제출한 감축목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3위가 된다. 러시아 12톤, 미국 10.9톤, 한국 9.4톤 순이다(현재 세계 20위). 대통령이 발표한 목표치는 결코 '야심찬'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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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EA가 예측한 2030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2030년 한국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러시아와 미국 다음인 세계 3위가 된다.
ⓒ IEA(국제에너지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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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나라 이야기 ②]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경험 공유?

2015년 1월부터 한국에서 배출권거래 시장이 시작되었다. 정부가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기업은 한도 내에서 배출하거나 초과해 배출한 양만큼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들이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에 문제를 제기하며 줄소송을 벌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여 개 기업이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이의신청을 했고, 61곳은 소송을 하고 있다. 산업계의 공세에 환경부는 방어하기 급급하고, 급기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하면서 산업 부문의 감축률이 12%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계에 끌려가는 배출권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할까 의문이다.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하면서 올해(2015년)에 5억4000만 톤을 할당하여 거래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10월 8일 기준 96만1000톤의 거래가 이루어졌을 뿐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중 11.3%는 해외탄소시장을 통해서 충당해야 한다. 무려 9600여 만 톤을 배출권거래를 통해 줄여야 하는데,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지도 의문이다.


[딴 나라 이야기 ③] 신재생에너지·에너지 저장장치 활용한 에너지 신산업?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5 재생에너지 정보'에 따르면 한국은 1차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1.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고, 회원국 평균(9.2%)에 크게 못 미친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1990년(1.1%)부터 2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파리총회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정부의 에너지 정책 주인공은 핵발전이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 에너지 믹스를 살펴보면, 석탄(29.7%), 석유(26.9%), 가스(19.4%), 핵발전(18.5%), 신재생(5%), 수력(0.5%) 순이다. 2035년이 되어도 화석에너지가 76%를 차지하고, 핵발전 비중은 2011년 11.7%에서 18.5%로 높아진다. 여전히 화석에너지와 핵발전 중심이다. 대통령은 파리총회 연설 직후 체코로 날아가 핵발전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연설용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4기의 핵발전이 가동 중이고, 2029년까지 12기가 추가 건설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20기가 추가로 건설된다. 핵발전과 석탄이 중심이다 보니 분산전원인 재생가능에너지와 가스복합발전소가 설 자리가 없다. 유럽에서는 전기차가 재생가능에너지로 달리지만, 한국의 전기차는 핵발전과 석탄으로 달리게 되는 셈이다.

[딴 나라 이야기 ④]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대통령은 2017년부터 시민들이 에너지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프로슈머 시장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태양광발전에 투자해 전기를 팔아서 수익을 얻는 에너지 프로슈머들이 벼랑 끝에 서있다. 소규모 태양광 시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한전에 전기를 팔아서 얻는 SMP(계통한계가격)수입과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판매수입으로 이익을 얻는다.

그런데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위험한 핵발전소를 대거 건설·운영하면서 전력가격이 하락했다. 2014년 7월 킬로와트시(Kwh)당 142.72원이었던 SMP 가격이 1년 새 81.35원으로 떨어졌다.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구입해야 하는 REC 가격도 2011년 하반기 22만 원 하던 것이 2015년 상반기에는 7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퇴직금 털어 태양광사업에 투자했는데 은행이자 갚기도 버거운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가 에너지 프로슈머들을 배신한 셈이다. 그래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태양광 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겠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재생가능에너지를 고정가격에 구매해 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부활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의 절반을 시민들이 소유하고 운영한다. 재생에너지법을 통해 FIT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에 대한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기반도 없이 어떻게 에너지 신산업으로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단 말인가?

박근혜의 파리 연설은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부끄러운 온실가스 감축목표, 산업계에 끌려가는 탄소배출권거래시장, 날로 늘어가는 핵발전소와 추락하는 태양광시장이 우리의 현실이다. 에너지 신산업이 만들어낸다는 100조 시장과 50만 개의 일자리에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이 겹쳐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파리에서 '한국'에 대해 연설한 것이 맞나?
 
 파리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종교계와 시민사회 피켓시위 박근혜 대통령이 유네스코 특별연설하는 건물 앞에서 종교계를 비롯한 한국시민사회 참가단에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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